1. 사진의 메커니즘과 표현

  근대의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는 실로 경이적이다.  그 발전 속도는 그칠 줄 모르며 인간의 창조력이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다.

  문제는 메커니즘의 급격한 발전 속도는 확실하게 우리가 살아가는데, 즉 인간 생활을 합리적으로 만들었으나 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간의 정신 문명에 의해 생기는 여러가지 곡절이 인간사회를 "혼돈" 속으로 빠뜨려 우리의 인간성을 훼손하는 역기능적 사회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또한 우려할만 하다 하겠다.

  원래 인간의 행복을 위해 창조된 메커니즘이 본래의 목적과 임무를 버리고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또한 합리적인 인간 생활을 위해 창조된 메커니즘이 인간 생활을 고통으로 끌어들인다면 그것은 모순된 창조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러한 인간의 창조력을 정지시킬 수는 없다. 편하게 하려고, 옛 방식이 그리워 시계를 뒤로 돌릴 수는 없다. 문제는 어떻게 인간 본연의 정신 문명을  밀고 나가 인간성을 되찾는데 있다 하겠다. 

  사진의 메커니즘으로 눈을 돌려보면 다게르(Daguerre)가 사진을 발명하였을 때 감광재료의 감광도는 I. S. O 추정치로는 0.001 ~ 0.01 정도였다. 실로 현재 사진의 메커니즘은 눈부신 발전이다. 현재는 100 ~ 200 정도는 보통 감도이고 초고감도 필름 또한 증감 처리에서 오는 감광도는 경이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다.

  또한 광학계의 발전 속도는 더욱 눈부시다. 초기 렌즈의 밝기는 F8 ~ 11정도에서 현재는 F1.2 ~ 0.9까지 발전하였고 해상력은 사진 발명 초기의 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향상을 가져왔다.

  그 외에 카메라 메커니즘은 단순 구조의 캠셔터 카메라에서 기계식, 전자식(E. E) - T. T. L식(일안 리플렉스) - 시스템 카메라로 실로 전자 과학의 발전과 같이 하였고 디지털 시스템의 발달로 카메라 역시 디지털화 하고 있다. 필름 또한 흑백 필름에서 컬러 필름으로, 또한 디지털 화상으로의 발달은 메커니즘의 경이적인 발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메커니즘의 양적인 발전이 "사진 표현상" 어느 정도의 질적 향상을 보였는가는 우리는 다시 한 번 의심하여 보며 반성의 기회를 가져야 하겠다.

  앞에서 보았듯이 사진의 메커니즘이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표현 영역의 확장에 우리가 얼마나 대처하였으며 표현성이 발전하였는가를 되돌아 보면 그리 크게 표현성이 확대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저명한 사진 작가 빌 브란트는 "사진의 메커니즘의 급격한 발달로 인하여 사진가들은 귀중한 것을 빠뜨려 버렸다고 이야기하면서 만약 사진의 메커니즘의 발달이 조금 천천히 발달하였다면 사진가들은 좀 더 훌륭한 것을 찾아내었을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그가 말한 귀중한 것이란 획득할 수 있는 표현성을 가리키고 있다. 즉 사진가들은 발달하는 메커니즘을 조작하는데 흥미를 빼았겨 단적인 표현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에 사진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가 파이닝거도 [창조적 사진]에서 많은 사진가들이 셔터를 누르는 것에 흥미를 가지나 나타내고자 하는 표현성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사진이 메커니즘에 의해 표현되는 이상 메커니즘을 무시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① 너무 메커니즘에 의존하고 있지는 않는가?

  ② 원래 사진가가 선택해야 될 것을 카메라의 발달된 메커니즘에 억눌려 사진가의 임무를 전가하고 있지 않는가? 즉 작가가 이야기해야 할 것을 너무 메커니즘에 의존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문제는 메커니즘이 발달하더라도 인간이 메커니즘을 통제함으로 해서 더욱 중요한 "표현성"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이며, 사진의 메커니즘은 더욱더 발전할 것이다. 이것은 사진가로서는 표현의 확대며,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의 확장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귀중한 것을 획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메커니즘이 아무리 발전하여도 빌 브란트가 말한 "귀중한 것은 흘려버리지 않는다."와 같이 흘려버리지 않게 하는 것이 사진가의 과제라 할 것이다.